암전된 무대 위, 관중들의 숨죽인 기대 속에서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가 켜진다. 그 빛 아래에서 호서대학교 실용음악과 학생들은 마지막 무대를 향한 첫 숨을 내뱉는다.
지난 24일, 우리 학교 실용음악과 졸업 콘서트 ‘호서톱텐’이 천안캠퍼스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올해는 졸업 예정자가 많아 역대 졸업 콘서트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기록했다.
‘호서톱텐’은 1980~90년대를 대표했던 음악 방송 ‘가요톱텐’을 오마주한 무대로 구성됐다. 당시 방송은 대중가요의 전성기를 이끌며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누린 프로그램이다. 이름에서처럼 이번 공연 역시 부모님 세대와 학생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담고자 했다.
대강당 1층에는 그 시절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복고풍 포스터와 안내책자를 전시했다. 또 땅따먹기오징어게임딱지치기 등 전통 놀이 체험 부스를 마련해 단순히 본다는 개념을 넘어 함께 즐기는 축제로 꾸며졌다.
공연장이 있는 층은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공연 준비를 했던 모습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과 졸업생들에게 전하는 롤링 페이퍼가 전시됐다. 다른 한편에는 무대를 할 졸업생들에게 남기는 응원의 메시지들이 포스트잇에 적혀있었다. 각자의 소중한 아들, 딸, 친구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목소리들이 칠판을 꽉 채웠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눠서 진행됐다. 대부분의 무대가 학생들의 자작곡으로 구성되었는데, 완성도 있는 곡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셋리스트의 구성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개했다. 각 무대 시작 전 영상과 MC의 멘트는 무대를 더욱 다채롭게 했다. 1부와 2부 사이에는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를 관통하는 추억의 광고들을 패러디한 영상을 배치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졸업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는 전 출연진이 함께 만든, god의 ‘촛불 하나’ 무대였다.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졸업의 순간을 함께했다. 4년간 동고동락하며 함께 했던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하고,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입장 전 관객들에게 나눠준 야광팔찌가 음악에 맞춰 흔들렸다. 그 모습은 마치 촛불이 일렁이는 듯해, 출연진과 관객이 하나가 된 듯한 울림을 주었다.
이번 졸업 콘서트의 위원장을 맡은 조현아(실용음악과, 22학번) 학우는 “길고 길었던 4년 간의 여정이 마침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뤄냈다는 성취감이 크게 느껴진다. 실수도 있었지만, 실수마저 청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20대라는 청춘의 시기에 이만큼 열정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느껴진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한 동기들에게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해낼 수 있었다. 졸업 공연을 넘어서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함께 써 내려간 한 장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각자의 길을 걷더라도 오늘 우리가 만든 이 기억은 오래도록 빛날 거라 믿는다. 언젠가 다시 돌아봤을 때, 이 순간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기억하게 하는 평생의 자산으로 남길 바란다”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4년 간의 여정이 담긴 ‘호서톱텐’ 무대는 막이 내렸지만, 호서대학교에서의 시간이 졸업생들의 앞날을 환히 비춰줄 ‘촛불 하나’로 빛나는 듯하다.

